나도 기독교를 사랑하고 싶다. 하지만...

일단 솔직히 고백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싫었다. 나는 정말 기독교가 싫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돌이켜 보면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여름 성경 학교에도 다니고 십일조도 내겠다며 엄마한테 조르다 혼났던 기억도 분명 있을 만큼 한 때는 교회에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비기독교인 부모님의 반대로 얼마 나가지는 못했다. 그러다 언제였는지 분명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히 초등학교 때 한 아주머니를 우연히 친구 집 앞에서 보았다.

 

"너 교회 다니니?"

"안 다녀요."

"그럼 빨리 다녀라."

"근데 우리 엄마는 절에 다니시는데."

"그러면 큰 일 난다. 그러면 지옥에 떨어져."

 

아마도 그 때부터 였을 것이다.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해 지독한 반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에 다니지 않는 이는 무조건 지옥에 떨어진다는 발상이 싫었다. 분명 잠시나마 여름 성경 학교에 다닐 때 보았던 예수라는 존재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한없이 사랑으로 감싸주는 그런 존재라 배웠고, 그래서 어린 마음에 교회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졌던 것이다. 어렸을 때 길에서 만났던 그 아주머니부터 시작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전철 등에서 여전히 '예수님의 사랑은 자기를 믿을 때만 주는 사랑'이라고 외치는 이들을 보며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3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무리 선하게 살아도 '교회에 다니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그 생각이다. 평생을 남을 위해 산 사람이 단지 예수를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옥에 가야 한다면 그것은 좀 모순된 거 아닌가.

 

남을 사랑하라 가르치는 교회에서 '너는 남을 사랑하긴 했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으면서 했기에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그래서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분명 이상한 일이다.

 

남을 사랑하긴 했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으니 천국에 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함에 대해 과감히 지적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나부터도 그렇다. 교회나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예 침묵해버리곤 한다. 사회 생활에서 만나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친구는 물론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만나는 이들 중에 교인들은 정말 많다.

 

독실한 교인인 친구들 앞에서 신랄하게 교회를 비판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친구들 앞에서도 그러니, 그냥 좀 친분이 있는 사이 앞에서는 더욱더 힘들다. 그리고 때때로 볼 수 있는 주변 교인들의 의외의 행동이나 말에 놀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 얘기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을 조심할 것이다.

 

언젠가 같이 연수를 받던 독실한 기독교인인 형이 한 명 있었다. 머나먼 땅 중국에서도 교회를 다닐 만큼 열성적이었다. 그 형을 따라다니던 역시 기독교인이었던 동생 한 명이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은 정말 천국에 못 갈까? 지옥에 갈까? 그 사람들은 기독교가 있는 것도 몰랐잖아. 그런데 그랬는데도 지옥에 가야 해?"

 

조금은 의아한 눈으로 그 동생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도 '그런 고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조심스럽게 그건 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천국은 아니더라도 지옥에 가야 한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지 않냐고. 더구나 그 사람들은 기독교도 교회도 무엇인지 조차 몰랐을테니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지 않냐'고 답변해주었다.

 

"그렇지. 그런데 00오빠는 천국에 못 간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모르는 것도 죄라는 거 있지."

 

둔기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그 형은 정말 성실하고 근면하게 잘 생활하는 형이었기 때문이었다. 교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 형을 보면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 '바르고 성실한 사람들도 많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기에 충격이 더욱 컸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충격은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종종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정말 '성실한 아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로만 들어가면 놀라울 정도의 고집을 보여주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 가장 싫어했던 기독교의 실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가 갖고 있는 '배타성'과 '폐쇄성'이었다.

 

기독교 배타성과 폐쇄성을 벗을 수 없을까

 

그래서 어제 <100분 토론> '종교인 비과세 논란'이 더욱더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허나 답답해질 뿐이었다. 마치 제 자리를 맴도는 토론처럼 보였다고 할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배타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교회가 아주 조금씩 개방적으로 변해 가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발표한 목사의 말도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어쨌든 잘해보자고 모인 거 아니냐. 우리도 정화 노력을 할테니 열심히 잘 해보자."

 

보기에 따라 그 말의 진정성이 어떻게 들리는가가 차이가 있었겠지만, 어쨌든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갈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프간 피랍 사태'부터 끝없이 비판받은 기독교지만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해왔던 측면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알게 모르게 교회는 사회에 사랑을 베풀기도 했고,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사실 나부터도 그렇다. 중국에 살고 있는 내게 그 무엇보다도 불편했던 것은 우리나라 책을 쉽게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책을 마음껏 골라 볼 수 있었는데 중국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하고 힘들었다.

 

책방에 가서 책을 빌려도 되나, 대부분은 만화책이나 무협지인지라 정작 보고 싶은 책들은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학원에서 일할 때 같이 일하던 선생님이 교회에 도서관이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거 교회 안 다녀도 가서 빌려도 되나요?"

"예. 그거 교회 다니는 사람만 보라고 만들어 놓은 거 아닙니다. 목사님이 지역 교민들이 다 보라고 만든 건데 교회 안 다니는 사람은 잘 안 온다고 하네요."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교회에 알 수 없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그 선생님을 따라가 교회 도서관에 다녔고 나중에는 혼자서도 잘 다녔다. 급기야는 그 교회에 나가지 않는 나를 교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알아볼 만큼 많이 드나들었다.

 

정말 고맙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교회가 있는 지역 주변 사람들이 무엇이 필요하는지를 생각해내고 그에 맞게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교회를 보니 마음 한 켠 기독교에 대해 품었던 적대감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을 심어 줄 수 있는 교회들이 많아지기를

 

그렇게 나눔을 받고 보니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젠가는 나도 이 나눔을 되돌려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늘 의무감처럼 자리 잡을 정도가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듣던 교회 안 나오면 '예수 안 믿으면 지옥 떨어져'가 아닌 머나먼 땅에서 '우리나라 책보고 싶을테니 빌려가 보세요'라는 주변인들에게 베푸는 모습에서 오히려 '교회에 다녀볼까' 하는 마음이 더욱더 크게 생겼다는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교회에 무조건 문을 두드리라고 교회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만이 아닌 한 발 앞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더욱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분명 '믿어라'가 먼저가 아닌 '어떻게 사랑을 베풀어 드릴까요?'를 먼저 실천할 때 보다 많은 이들이 기독교의 뜻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그 넘치는 사랑에 감동 받아 교회 문을 두드리는 이들에게 예수, 삼위 일체설 등 기독교에 대해 의문이 넘쳐나던 사람들이 해오는 질문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 통해 사람들은 기독교를 친구처럼 형제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자주 들리는 블로그에는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기독교는 어떻게 증오의 대상이 되었는가' 하는. 나는 그 글이 언젠가는 '기독교는 어떻게 많은 이들이 다시 사랑하게 되었나'로 바뀌기를 간절히 바란다.

by 누구일까 | 2008/02/01 08:01 | 지금은 논쟁중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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